2022년의 나 돌아보기

31 December 2022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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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제한들이 비교적 풀리면서, 우울했던 작년보다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다닐 수 있었던 한 해였다. (물론 나도 코로나에 확진되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^^) 주 1회 정도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었는데, 팀원들을 자주 보게 되어 오히려 좋았고 작년에 느꼈던 코로나 블루가 많이 완화되는 것을 느꼈다. 또 나의 일상에서 일, 휴식, 건강, 주변 사람, 운동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 있게 자리 잡아 다시 돌아봐도 꽤 안정되고 크게 힘든 기억이 없던, 참 감사한 한 해였다.


나는 어떻게 일해야할지 좀 더 잘 알게 되었다

작년 회고에 ‘내 디자인에 당당한 디자이너가 되고싶다’고 썼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확실히 성장했다고 느낀다! 팀에 함께한 지 1년이 넘어서 그런지, 이제는 어떤 단계에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 그림이 빠르게 그려진다고 할까?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협업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여전히 어려웠는데 그 부분도 많이 체득되었고, 그전까지 생소했던 커머스라는 분야도 스터디와 리서치를 진행하며 이전보다는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았나 한다.

또 디자인 옵스로서 디자인 업무에 대한 메타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었는데, 업무가 다채로워지기도 하고 다른 차원에서 UX를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다.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라 바쁘긴 했지만 내가 평소에 고민하고 관심도 많던 부분이라 보람이 더 컸다. 내년에도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되고 자랑할만한 뭔가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.

하지만 이건 실무자로서의 이야기이고, 다른 팀에 내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거나 리더쉽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에는 여전히 당황스럽고 부족함을 느낀다. 개인적으로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, 이 부분을 잘 보완해야 좋은 시니어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.

나는 우리 팀 덕분에 즐겁게 일했다

‘좋은 조직을 만나 재밌게 일하는 행복은 다른 데에서 찾기 힘든 것’이라는 트윗을 보았는데 굉장히 공감했다. 올해 내가 느낀 행복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우리 팀에게서 받았기 때문이다. u//u 팀에 육아휴직 중인 분과 나까지 포함하면 총 10명이 있는데, 참 신기하게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다 결이 잘 맞고 선하고 또 밝다. 게다가 다들 디자인이라는 일에 대해 진지하고 열의가 있으면서도, 각자 잘하는 부분이 달라서 한 분 한 분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.

평소에는 재택근무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에 출근했는데, 조금 오바하자면 팀원들이 너무 좋아서 출근하는 날이 두근두근 기다려질 정도였다. 이런 좋은 사람들과 일주일 중 5일, 24시간 중 7시간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, 내년에도 으쌰으쌰 같이 잘 일해나갔으면 좋겠다.

나는 재미있는 운동을 시작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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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전까지는 거의 헬스만 다녔는데, 마침 다니던 헬스장이 타 업체에 인수되면서 다른 운동을 시작해보기로 했다. 일자목 때문에 찾았던 정형외과의 도수 선생님이 ‘헬스도 좋지만 재밌는 생활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더 좋다’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. 주민체육센터의 필라테스를 등록하고, 왠지 멋져 보여서 꼭 해보고 싶던 테니스 레슨을 용기내어 시작했다.

테니스의 경우 베드민턴처럼 그냥 공만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, 생각보다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포핸드 자세를 잡는 데에만 두 달 넘게 걸렸다. 그 슬럼프(?) 기간 동안 자신감을 잃어서 힘들었는데, 다행히 선생님이 너무 잘 가르쳐주셔서 지금은 포핸드의 안 좋은 습관을 많이 고쳤다. 자세가 잘 나와서 공을 탕- 쳐낼 때의 쾌감이 너무 좋고, 스텝을 밟다 보면 칼로리 소모도 굉장히 많이 되어서 좋은 운동이라고 느꼈다. 내년에는 꼭 랠리를 할 정도로 실력이 늘어있기를!

아쉬운 건 테니스도 걸음마 단계였고 필라테스도 정적인 운동이라 근육량과 체지방량 수치가 그닥 좋아지지는 않았다. 아무래도 내년에는 헬스도 병행해야 할 것 같다…🥲

나는 여전히 WWIT를 운영하고 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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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해 런칭한 WWIT는, 올해 상반기부터 점점 뷰가 올라서 7월에 거의 9만 뷰를 찍은 후 하반기에는 월평균 8만 뷰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. 작년에 평균적으로 월 5-6만뷰 정도를 유지하던 것에 비하면 꽤나 성장해서 기쁘다. 또 WWIT와 비슷하게 국내 앱의 스크린샷을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가 생겼는데, 오히려 더 자극을 받아서 필터 기능도 후다닥 만들어서 붙이고, 작년보다는 업데이트 빈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. 앞으로 더 열심히 업데이트 하겠습니다… (_ _)

내가 만든 사이트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, 만 단위의 사람들이 찾아주고, 작지만 수익이 된다는 것이 굉장한 성공의 경험이라고 느꼈다. 내년에는 다른 성격의 서비스도 몇 개 만들어보고 싶다. 계속 미루고 미루던 WWIT 제작기는 조만간 다시 글로 정리해봐야지.

나는 23권의 책을 읽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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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해는 완독에 집착하지 않고, 필요한 만큼 읽고 넘어가는 독서법을 어디선가 보고 실천해봤는데 좋았다. 도서비를 무제한 지원해주는 회사 정책 덕에 산책하듯 서점에 자주 들를 수 있었고, 덕분에 예전보다는 독서량이 늘었다.

평소에 문학을 별로 읽지 않는 편이라 올해는 좀 더 읽으려고 노력했는데, 여전히 부족했던 것 같다. 😂 내년에는 조금 더 분야 간의 균형을 맞춰봐야겠다.

좋았던 책들

  • 진짜부자, 가짜부자 & 나는 천천히 부자가 되기로 했다: 단순히 ‘제테크를 잘하는 법’이 아니라 ‘서두르거나 욕심을 부리지 말 것’을 강조하는 책들이라서 좋았는데,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해라 그런지 더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.
  •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작은 책: 미루는 습관의 이유부터 해결까지 구체적이면서도 쉬운 도식으로 안내해줘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! 나중에 나도 책을 쓴다면 이런 방식으로 쓰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.
  • 게으르다는 착각: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항상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제발 좀 쉬라고 역정을 내주는 책. 주옥같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엄청 인용하며 읽었다.

나는 내가 갈등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

예전부터 갈등이 생기면 회피하는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, 올해는 그걸 더 구구절절하게 느꼈던 것 같다. 갈등 상황을 너무 두려워하는 나머지 웬만한 상황에서는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게 나의 성격인데, 그렇기 때문에 드물게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서 더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다. 일단 갈등 상황에서 나의 정확한 감정이 어떤지 파악하고 그걸 설명하는 걸 잘 못한다. 당장 갈등이 해결되었으면 해서 일단 사과하고 자책만 하는, 혹은 반대로 남 탓만 하는 타입이었구나, 싶었다.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는 그걸 솔직하게 직시하고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고, 아직도 나에게는 너무나 어렵지만 더 연습해야겠다.

나는 병원을 다니느라 바빴다

2020년 회고를 다시 보니 ‘미뤄두었던 치과, 산부인과, 비염 치료를 받았다’고 써있는데 맙소사… 올해도 정확히 똑같은 질환들을 관리하느라 바빴다! 건강에 크리티컬하게 문제가 있는 건 전혀 아니지만, 만성적인 질환들을 관리하느라 여러 병원을 다니다 보니 체감상 한 달에 2-3번은 병원을 다녔던 것 같다. 충치와 크라운 교체 때문에 치과에 다니고, 다낭성 난소증후군 관리를 다시 시작하고, 비염과 감기약을 받으러 다니고 등등… 게다가 지금 먹는 약 때문에 식욕이 많이 줄었는데 그 때문에 안 그래도 부실하던 체력이 한 30%는 더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. 관리를 열심히 하는거니까 좋은건가? 싶기도 한데 시간과 돈이 은근 많이 들어서… 내년에는 병원은 가~끔 가는 곳으로 기억되면 좋겠다.

나는 그 외에

  • 일상을 기록하는 인스타툰을 시작했다. 궁금하다면 요기
  • 커리어리를 여전히 열심히 쓰고 있다. 내년에는 이런 글들을 블로그에도 많이 올려보려고 한다.
  • 상반기에 주변분들과 부동산 수업을 2개 정도 들었다. 게을러서 중간에 그만뒀을 법한 숙제들도 열정 넘치는 주변 귀인들 덕분에 끝낼 수 있었다!
  • 강릉, 춘천, 부산, 삿포로를 다녀왔다. 모두 좋았던 여행이지만, 나란 사람은 여행의 새로움보다는 일상의 루틴을 지키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깨달은 기회이기도 했다.

내년의 나는

  • 내가 디자인 한 무언가를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.
  •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싶다. 웹사이트 방치 그만~
  • 유의미하게 근육량을 증가시켜 보고 싶다.
  • 습관성 지각을 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.


회고를 쓰기 위해서 매년 살펴보는게 1년 간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인데 1년 내내 참 따뜻하고 행복한 한 해였다. 좋은 동료들, 친구들, 주변 사람들과 함께 놀고 먹고 즐기고 공부했다. 큰 목표들을 잊지 않으면서도 계속 행복한 하루하루를 계속 쌓아갈 수 있기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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